*제이슨이 되살아나고, 되돌아온 그는 판을 만들어 배트맨에게 자신과 조커 둘중 하나를 택하라고 했지만 배트맨이 그 누구도 택하지 않고 오히려 조커의 편을 들어주는 듯한 형태의 결과를 냈다는 것과 자신이 죽은지 얼마안돼서 3번째 로빈이 생겼다는 것에 충격과 허탈함. 그리고 배신감을 느낀다.
*배트맨은 조커에 대한 복수와 배트맨에 대한 항의를 겸해 안티 히어로를 하게 된 제이슨을 제제하기 위해 제이슨을 설득해 비살상 주의인 자경단에 들이려 했다. 현장에서 이미 여러번 말로 설득 (이라고 배트맨은 주장하지만 다른 이들이 듣기엔 명령이였다) 해봤지만 듣지않는 제이슨에 배트맨은 강경책으로 제이슨을 제압 하기로 한다.
*딕에게 있어 제이슨은 자신의 잘못이고 죄악이다. 새로운 곳에서 독립해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 히어로가 된다는 흥분감과 자신이 있던 자리에 다른이가 있다는 것에서 오는 미묘하게 불편한 감정에 배트맨의 성정을 알고 있음에도 어린 로빈을 챙겨주지 않았고, 그로인해 어린 로빈은 사랑받지 못해 외로워 했으며, 그 외로움을 미끼로 조커가 어린 로빈을 게임판에 끌어들여 결국 죽였기 때문이다. 딕은 이것을 자신의 탓이라 생각하며 자책하고 있다. 이것을 이기적이라 생각하지만 딕은 그렇게라도 자신의 죄책감을 덜고 싶어한다.
딕은 가끔 혼자있을 때 제이슨을 나의 어린 로빈. 이라 칭한다. 딕은 되살아난 제이슨을 되도록 레드후드라 부르지 않는다. 제이버드, 버디, 제이, 제이제이 등 여러가지 애칭을 사용하지만 주로 제이버드를 애용한다. 딕에게 있어 제이슨은 아직까지도 어여쁜 어린 로빈이다.
딕은 로빈이라는 이름을 달았던, 혹은 달고있는 사람 중에서 데미안이 가장 어리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팀 보다는 제이슨을 더 어리게 봤다. 그가 말하는 어리다. 는 나이 문제가 아니였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팀 보다 자신이 더 어리지 않을까- 하고 종종 조금은 가벼운 기분으로 생각한 적도 있다.
*제이슨에게 있어 딕은 선망의 존재였었다. 1대 로빈이였고, 지금은 독립하여 히어로를 하고있는 딕은 배트맨과는 다른 존재였다. 배트맨이 그의 영원한 히어로 였었다면 딕은 제이슨의 파랑새. 베스트 롤모델이였었다.
갓 로빈이 되었던 시절 딕이 자신을 불편해 하고 있었던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친절했고, 상냥했다. 그는 제이슨이 처음으로 맛본 인간적인, 자신이 불가능할거라 생각해왔던 상상속의 가족같은 따쓰함 이였다.
제이슨은 딕이 현제 저에게 무슨 감정, 생각을 갖고 있는지 무의식적으로 어느정도 알고 있다. 딕이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자신을 지금의 자신에게 덮어씌워 보는 것 정도는 저를 부르는 호칭과 저에게 대하는 행동으로 쉽게 알아낼 수 있었고 레드후드의 존제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자신을 무시하는 행동에 분노한다.
*배트맨이 현재를 택했다고 한다면 딕은 과거를 택했고 제이슨은 현재에게 버림받아 과거란 악몽을 벗삼아 미래를 사는 자이다.
택한것과 사는 것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특정 시간을 택했다고 해서 다른 시간을 겪지 못하거나, 추억하지 못 하는 것, 혹은 계획하는 것을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는 것은 다르다. 본인의 선택과는 상관 없이 살아야 하는 것 이다.
*조커는 그저 배트맨의 옆의 로빈이라는 존재가 귀찮고 거슬렸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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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롭게 잘린 손톱같은 달이 어스름하게 빛나는 밤이였다. 나는 여느때와 같이 그들을, 그를 피해다녔고 그들은 날 붙잡으려 찾아다녔으며 푸른 울새는 날 발견한 것을 그들에게 알리지 않은체 필사적으로 날 쫓아왔다.
치쳐 무거워지는 몸. 턱턱 막히는 숨. 들려오는 이야기들로 보아 그는 오늘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붙잡힌다면 벗어나는 건 힘들것임을 알기에 그저 계속해서 푸른 빛을 피해 어둠 속을 내달렸다. 하지만 아무리 어둠 속을 달려도, 더 깊은 어둠으로 몸을 숨겨도 푸른 빛은 사라지지 않고 더욱 밝게 빛을 냈다.
거슬려.
툭 튀어나올 뻔한 말을 삼키자 우득, 하는 소리가 입 안에서 귀를 울렸다. 입안 구석에서 한 순간에 퍼졌다 은은히 사라지는 고통과 스믈스믈 혀를 감싸는 비린맛에 정신을 차리고 하나 하나 되짚어가며 이성을 쫓았다.
거리가 벌어지지 않으면 따돌릴 수 없어. 하지만 저 푸른 울새를 따돌리기엔 지금 체력이 부족한데. 그렇다고 그를 달고선 세이프티 하우스에 갈 수는 없고. 주변에 잠시 몸을 숨길만만 곳도 보이지 않아. 어쩌지? 이대로는 붙잡히고 말거야.
그 순간 그가 내게 손을 뻗어왔고 아직 제대로 정신을 다 차린것이 아니였던 나머지 그만 곧바로 대응하지 못하고 그대로 손목이 잡히고 말았다. 그 주제에 더이상 놓치지 않겠다는 듯 꽤나 압박감 있게 쥐어오는 손이 떨쳐내면 손목이 좀 아플 것 같았다.
뭐, 그 정도면 감당할 수 있는 메리트지. 오히려 다른 새 새끼들에게 잡힌것 보다 후한 처후가 아닐까.
하고 쓰잘대기 없는 생각하며 그의 손을 떨치려 뒤돌아보자 그의 일그러진 얼굴이 보였다. 도미노를 쓰고있음에도 가려지지 않는 표정. 그 잘나신 포커페이스는 어디다 떨구고 온건지 전에 봤었던 그보다 더 상태를 파악하기 쉬웠다. 조금은 어른거리는 눈가.
어째서?
잠깐 스쳐간 생각에 행동을 멈췄다. 본인이 붙잡은 손에 순간적으로 힘이 빠진 것을 느꼈는지 그는 조금, 아주 조금은 나아진 표정으로 다급히 말을 붙였다.
"잠깐만, 잠깐 기다려 봐 제이슨"
"씨발 내가 그 이름 부르지 말랬지 나이트윙"
패트롤 돌다가 머리라도 뒷통수라도 후려맞아 단기 기억 상실증이라도 걸린건지 혹은 그냥 맛대가리가 간건지 너무나도 쉽게 자신의 시크릿 아이덴티티를 쳐부수려는 그에게 이빨나간 나이프 마냥 그르렁 거렸다. 잠시 움찔 했지만 그럼에도 그는 호칭을 정정하지 않고 작게 속삭이듯 울먹였다.
"제이슨, 제발. 부탁이야."
'제발' 과 '부탁'. 그는 제가 그 단어들에 꽤나 약하다는 것을 알고 그리 말한 것일까? 정말 그렇다고 한다면 취향이 너무 나빴다. 나는 그가 말한 두 단어를 키워드로 어릴적, 아니 굳이 따지고 보면 그리 오래전은 아닌 날들의 자신이 떠오르려 하자
시발
다시한번 입 안을 집씹어 오늘만 해도 대여섯번 이상 씹혀진 탓에 이번엔 끊어질듯 말듯한 가느다란 실만 남겨놓고 툭 하고 떨어진 살조각을 대강 혀를 굴려 끊어내고 입안가득 고인 피와 함께 뱉어냈다.
"지껄이고, 꺼져. 니 새끼가 지랄하는 것 정도는 들어주지."
덧붙힌 말들에 상처받은 듯 그의 눈동자가 조금 어른거렸지만 그것만 이라도 허락 받은 것을 다행이라 여기는 듯 금세 서글프게 미소지어 보였다.
이것이 지금 내가 그에게 물러나 줄 수 있는 걸음의 최대였다.
"시간 아까워. 어서 지껄이고 꺼지라고 나이트윙."
작게 짜증을 담아 말하자 한참을 머뭇거리던 나이트윙은 그제야 조금은 두서없지만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의 진심을 담아 입을 땠다.
"...레드후드,"
그의 첫 마디는 그의 입으로는 처음 듣는듯한 저의 또다른 이름이였다.
"네가 어땠었는지, 어떤 사람이였는지, 과거에 무슨 일을 했던지, 난 상관 없어. 그저 제이슨, 네가 좋을 뿐이니까. 그러니 괜찮아. 전부 다 괜찮아. 어쩔 수 없는 일이였잖아. 네 잘못이 아니였고, 이제는 다 지나간 일이야. 그러니까 레드후드. 과거에 붙잡혀 살고 있지마. 너만 더 힘들어질 뿐이야. 언제까지고 스스로를 갉아 먹을 거니.
제이슨, 넌 여린데. 너무나도 여린 아이인데. 이제 다 끝났어. 전부, 모든것들이 끝났어 제이슨. 그러니 이제 혼자 아프지 않아도 돼. 제발, 내가, 내가 도와주게 해줘. 응? 부탁이야 제이슨."
레드후드와 제이슨. 제이슨과 레드후드. 두가지의 호칭이 섞여들어간 나이트윙의 말들에 문뜩 자신이 왜 그가 비추는 파란 빛이 거슬렸는지 깨달았다. 깨달아버렸다. 허탈했다. 그리고 분노했다. 깨달은 동시에 터져버린 웃음이 미친것 마냥 멈추질 않았다.
말이 끝나자 잠시후 욕짓거리를 섞은 폭소를 내뱉는 자신에 당황한 나이트윙은 안쓰러운 표정을 지은체 어쩔 줄 몰라했다. 지가 무슨 말을 내뱉은건지도 자각하지 못한듯 보였다. 악의없는, 무의식적인, 아무것도 모른체 내뱉은 말들. 그렇기에 더욱 악질이였다.
나는, 살기 위해.
'나' 로써 존재하기 위해 혀 끝에 날카로운 말들을 새겼다.
"전부, 다 필요 없어. 내가, 레드후드가 어떤 사람이였는지 상관 없어? 그저, 제이슨 네가 좋다고? 모든게 다 끝났음에도, 혼자서, 힘들게, 과거에 붙잡혀 있는, 여린 내가 좋아? 미친놈. 무슨 사랑이라도 하냐? 동정심? 아님 혹시 나에게서 본인을 보고있나, 딕 그레이슨?! 역겨워. 구역질난다고!"
미치듯이 웃으며 시작했던 말들은 서서히 분노로 가득차 결국 넘쳐흐르고 말았다. 그러나 곧 자신의 날선 말들에 충격을 받아 멍하니 저를 쳐다보는 그를 보고 괜히 기분이 좋아져 다시금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난. 나는, 아직 그 무엇도 끝나지 않았고, 혼자가 편하고, 그 좆같은 과거를 짊어지고, 미쳐버리길 택한 사람이야. 과거에 붙들려? 스스로를 갉아 먹어? 그건 니 얘기 아냐 그레이슨?"
한마디 한마디에 날을 벼린 칼이 자신의 혀를 베고 그에게로 날아가 박혔다. 그 칼이 혀끝을 지나 더욱 안쪽으로, 자신의 목구멍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 쯤은 알고 있었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그와 마찬가지로 칼이 목구멍에 처박혀 더이상 말을 할 수 없게 된다 하더라도 자신은 계속 해야만 했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과거 따위는 상관 없다, 라. 하하. 지금까지 살면서 들었던 농담들 중 가장, 재미있는 농담이였어. 주변에 반례가 시쳇더미 마냥 널려있으면서 그 한마디로 내 모든걸 부정하다니, 정말 똑똑하네. 2대 조커라도 하지그래? 아니, 2대 배트맨인가?"
말을 하면 할수록 계속해서 떠오르는 기억들과 목구멍을 타고 올라오는 아릿한 통증은 자신의 사고를 둔하게 만들었다. 자신의 존재를 부정한 조커와 자신을 버린 배트맨. 둘의 형상이 뒤섞여 속이 울렁거렸다. 크게 웃으면 조금 나아질까 하여 소리를 내봤지만, 나오는 것은 웃음을 가장한 울부짖음 이였다.
"과거의 내 경험과, 행동 하나하나가 날 만들었어! 나 스스로가 그걸 인정하고, 모든 걸 받아들이겠다는데. 그걸 왜 니 멋대로 포기하래?!"
또다시. 몇번째인지 모를 행위를 반복했다. 같은 곳을 몇번씩이나 집씹혀 결국 한번 뜯겼던 자리가 다시한번 해집혀지고 핏빛 비명을 지르자, 나는 그제야 조금은 깨끗해진 사고로 떠오르는 기억들과 솓구쳐 올라오려는 감정들을 억누른체 말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딕, 딕 그레이슨. 나이트윙. 넌, '나'를 버린거야. 과거는, 지금의 날 만든 모든 것들이였어. 과거가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고, 로빈이 있었고, 레드후드가 있는거야. 어느 하나라도 부정한다면 그건 그 전부를, 나 자체를 부정한다는 거야."
한껏 너덜너덜 해진 입 안은 더이상 고문시킬 수 없는 수준까지 와버리고, 입안에 고인 피는 흘러 넘치지만 후회하진 않았다. 오히려 잘한 선택이였다며 나 자신을 칭찬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였던지라 언제부터 였는지 내려와 있던 입꼬리를 다시금 올려 미소지으며 저 딴에는 꽤나 친절하게 말을 끝마쳐 주기로 했다.
"축하해 그레이슨. 네가 그 둘을 이겼어."
그와 눈을 맞추고, 작게 키득이며 속삭였다. 그는 자신의 발 밑이 무너지기라도 하는 듯이 비틀거리다 주저앉았고, 흐리게 어른거리던 눈동자는 맑은 물방울을 흘려보냈다. 그런 그를 무표정하게 바라보다 왠지 모르게 불편한 마음에 짜증이 일어 몸을 돌리곤 신경을 다른 쪽으로 옮겼다.
조용한듯, 조용하지 않은 고담의 밤거리에 귀를 기울이자 작은 쥐새끼들과 그 쥐새끼들을 노리는 고양이의 울음소리, 불규칙적인 발걸음 소리와 술병 깨지는 소리들이 뒤섞여 고담 특유의 노래를 연주했다. 그 사이에서 들리는 거슬리는 불협화음에 숨을 죽이고 그 소리에 집중했다. 멀리서 들리는 미묘하게 익숙한 앤진소리였다. 수십번, 혹은 수천번의 개조와 튜닝을 거친, 단 하나밖에 없을 차의 그 독특한 앤진음.
배트카였다.
나는 혹시나 싶어 나이트윙을 홱 하고 쳐다봤지만 아까 전과 같아 그가 따로 다른 누군가에게 연락을 했다고 보기엔 힘든 상태 였다. 그렇다면 그와의 통신이 끊기자 마자 배트케이브의 누군가가 다른 이들에게 연락을 한것 같았다.
"그렇다고해서 다른 중요한 일로 바쁘신 배트맨이 친히 납셔 주실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비슷한 상황은 아니였지만 어째서인지 떠오른 기억에 비틀린 미소로 중얼거렸다. 귀가 먹먹했다. 이명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오지 않는 배트맨. 둔탁한 타격음과 조커의 비웃음 소리.
나는 두눈을 꾹 감고있다가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눈을 떴다. 작게 덜렁거리는 혓바닥의 한 구석탱이에서 퍼져나가는 비릿한 향에 담담히 적어도 내일 까지는 아무것도 못 먹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며 배트카의 앤진음과 cctv를 피해 건물 사이 사이를 뛰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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