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1. 빗방울 속의 광기 (컨티뉴ver)의 매뉴얼 시점

2. 은유적인 행위 묘사가 있습니다.

3. 두 사람은 사귀지 않음

 

 

 

/

 

 

 

 아침부터 조금씩 내리던 비는 오후가 되어 미친듯이 소음을 일으키며 쏟아지기 시작했다. 비구름으로 잔뜩 흐려진 하늘은 시간 감각을 혼란시켜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게 했고 일하는 도중 조금이라도 정신차리지 못하면 큰 위험으로 이어지는 연구개발부는 결국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매뉴얼은 곧장 랩에서 나와 인적드문 비상계단으로 향했고, 창문 옆의 벽에 기대어 담배를 피기 시작했다. 아, 이런 ㅆ... 아침에 사서 두세개비 핀 담배가 습기를 이기지 못하고 묘하게 눅눅해져 담배맛이 변질된 것을 느낀 매뉴얼은 이걸 버릴까 말까 고민했다. 물론 금방내 돈도 없는데 버리긴 뭘 버려, 하고 한숨만 폭 내쉬었지만 말이다.
휘어진 담배를 꼬나물고 여즉 쏟아지는 밖을 향해 연기를 내뿜는 것을 얼마나 반복 했을까. 막 세번째 담배를 꺼내려는 순간 매뉴얼은 흐린 풍경 속에 섞여들어간 익숙한 하늘색을 발견했다. 저새끼, 언제부터 저기에 있었지? 빗소리가 억지로 만들어낸 정적 속에 컨티뉴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푹 젖어버린 듯 숨이 죽은 풍성한 머리카락이 마치 녹아내리는 것 처럼 보여서, 누군가 끼어들면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만 같아서...
매뉴얼은 컨티뉴를 부르지 못하고 계단을 내딛었다. 급한 발걸음이 텅빈 계단을 울렸지만 빗줄기는 그것조차 개걸스럽게 삼켜내어 그 누구도 저 자신이 이곳에 있는 줄 모를 것임을 예감한 매뉴얼은 그것조차 소름끼치게 불쾌감을 느꼈다. 속으로 같은 욕설만 몇번을 반복하고, 계단의 끝자락에서 거칠어진 숨을 골랐다. 모든것이 흐릿한 문 밖과 선과 면으로만 이루어진 듯 보이는 안. 밖으로 나간다해서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것만. 매뉴얼은 저도 모르게 머뭇거린 것을 깨닫고 이번엔 입 밖으로 뱉어진 욕설을 다짐 삼아 빗줄기 속으로 뛰어들었다.

 

-야, 너 왜 여기있어.

-ㅡ... 선배님? 선배님이야 말로 왜... 담배 피러 가신 것 아니셨나요? 아, 그러고보니 선배님이 자주 담배피는 곳이 저기 쯤이었죠.

-다물고, 너 왜 여기 있냐고. 대답해라.

-으음.. 찬 바람을 쐬고 싶었는데, 날씨가 이렇다보니.. 그럼 찬물은 어떨까 해서 나왔습니다.

 

 흐린 풍경속 흐린 컨티뉴. 녹아들어, 동화되어 사라질 것만 같은 것을 현실로 이끌어내려 다그치니 대답이 저랬다. 너는 시발 샤워실을 쓰면 될걸 왜 여기까지 와서 지랄이야 지랄은?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더니 저새끼는 예외다. 웃으면서 사람 엿맥이는 새끼. 매뉴얼은 머리를 짚고 튀어나오려는 말을 꿀떡꿀떡 삼키며 컨티뉴를 살폈다. 최근 날씨의 빗줄기는 시원하기는 했지만 찬물이 아니었다. 이걸 차다고 느끼는 건, 상태가 안 좋다는 뜻일지 모른다. 옅게 상기되어 있는 볼, 눈과 함께 흐트러진 판단력. 감기인가? 감기 증상을 보인적은 없었는데. 매뉴얼은 선뜻 다가가 컨티뉴의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대려하자 컨티뉴는 그 손을 잡아 내리며 부드럽게 거절했다.

 

-감기 아닙니다.

-그러냐.

 

 매뉴얼은 컨티뉴의 말에 그럼 됐다. 하고 손을 털어내려 했으나 붙잡힌 손에 힘이 가해져 놓아지지 않았다. 할말이 있는건가? 그럼 들어가서 하지 좀. 놓아지지도, 잡아끌어지지도 않는 손에 매뉴얼은 슬슬 짜증이 일었다. 상태가 이상해보여서 안 갈궜더니 제정신 아니지? 지가 맞아야 고쳐지는 티비도 아니고 진짜 한대 때려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컨티뉴가 툭 던지듯 말을 붙였다.

 

-선배님, 선배님은 빗방울 속에 무엇이 들어있다 생각하나요? ...저는 가끔 그 안에 사람의 충동을 이끌어내고, 그걸 독촉하는 광기 같은게 섞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연구원이라는 새끼가 소설을 쓰네. 정신 안 차려? 감기 아닌거 확실해?

 

 매뉴얼은 결국 잡히지 않은 다른 손을 들어 컨티뉴의 젖은 머리칼을 쓸어올리곤 살펴보았다. 젖은 몸뚱어리. 상기된 얼굴. 흐릿한 시선. 닿은 체온 조차 뜨끈한 것이 감기에 들것이 훤히 보였다. 보였는데... 눈동자 한가득 흐르는 컨티뉴의 의사에 매뉴얼은 또 한번 언동이 막혔다. 정신차려. 아무리 어둑해도 지금은 한낮이고, 쟤는 멍청하게 비 맞아서 딱봐도 감기걸릴 것 같고, 예비 환자는 건들이는게 아니며... 매뉴얼은 아얘 눈을 감아버렸다.

 

-선배님.

-왜.

-기왕 젖은거,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걸 해볼 생각 없으신가요?

 

 하나의 감각이 사라지면 다른 감각이 증폭된다 했던가. 매뉴얼은 컨티뉴의 말에 열이 옮은 느낌이 들었다. 시발. 내가 지금, 누구 때문에 참고 있는데, 그걸, 그걸 쳐부숴? 흐릿한 풍경. 흐릿한 컨티뉴. 매뉴얼은 컨티뉴를 끄집어내어, 잡아챘다. 제정신이 아냐. 둘다 미쳤지 아주. 매뉴얼은 한쪽 뇌로는 그리 생각하면서도 붙잡은 컨티뉴를 거칠게 이끌어 인적드문, 그리고 사각지대인 곳을 찾아내 밀어붙였다. 컨티뉴의 미약한 신음소리는 매뉴얼이 삼켜냈고,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소음은 빗줄기가 삼켰다. 달뜬 몸과 차가운 비. 눈에 보이는 것은 흐릿하것만 닿는 감각은 선명하다 못해 자극적이라, 매뉴얼은 컨티뉴가 선명하게 보이는 듯 느꼈다. 빗소리가 그놈의 빗소리는 거의 하나처럼 뭉쳐있는 컨티뉴의 목소리조차 앗아가서 매뉴얼은 컨티뉴에게 좀더, 크게 제 이름을 불러달라 다그쳤다. 컨티뉴는 쉽게 매뉴얼의 요구에 화답했고, 매뉴얼은 한층 더 거칠어졌다. 제대로 된 사고가 불가능해진 두 사람은 한참을 빗속에 잠겨있었다. 입맞춤이, 눈 앞이 하얘지던 감각이 몇번이나 지나고 난 뒤. 두 사람은 차게 식은 몸을 데우러 젖은 몸을 이끌고 물기어린 밤꽃향을 흘리며 샤워실로 향했다.

 현장직은 식사 후 일하고 있거나 교대 받아 식사하고 있을 애매한 시간대의 오후. 한두 사람이라면 식사를 포기하고 목욕을 택할 법도 하건만 두 사람은 컨티뉴의 이끎으로 쉽게 텅빈 샤워실을 찾아낼 수 있었다. 사람들이 잘 지나다니지 않는 샤워실. 고장이라 적혀있는 판때기까지 꼼꼼하게 세워둔 컨티뉴는 익숙한 루틴처럼 샤워박스 안으로 들어갔다. 저새끼는 이런 곳을 어떻게 알고 있는거지? 익숙해보이는 저 태도는 또 뭐고? 매뉴얼은 컨티뉴가 들어간 박스를 노려봤다. 칸막이 사이로 방금 전 개새끼마냥 탐했던 실루엣이 보였다. ...젠장. 나는 개가 아니다, 나는 개가 아니다... 매뉴얼은 한 손으로 얼굴을 짚고 최근 연구중이던 물건을 떠올렸다. 선명한 파란색과 하얀색. 그리고,

 

-선배님?

 

그와 대비되던 흐린 하늘색ㅡ... 아니, 시발 지금 니가 왜 여기서 나와? 컨티뉴의 부름 한번에 머릿속이 흐트러진 매뉴얼은 욕이 나오려던 것을 간신히 막아냈다. 대답. 그래, 대답을 해야지. 정신을 차리기 위해 조용히, 신속하게 깊은 쉼호흡과 짧은 한숨을 뱉은 매뉴얼은 꽤 담담한 목소리로 컨티뉴의 부름에 답해주었다.

 

-왜.

-안 들어오시나요?

 

어딜. 지옥으로? 살짝 열린 샤워박스 사이로 컨티뉴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저새끼 진심인가? 샤워박스는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었고, 실제로 고장난 것도 아니라 다른 칸에서 씻으면 되는 것이었다. 근데 이 사파의 수장놈이 지금 자신이 있는 박스 안으로 들어오라며, 아주 작정을 하고 있는데, 저게 또 거슬리는 이유는 뭔지. 매뉴얼은 잔뜩 자신의 젖은 머리칼을 흐트리다 야, 하고 서두를 던졌다.

 

-너 여기 자주오냐?

 

컨티뉴는 여전히 고개만 빼꼼 내밀고선 두 눈을 깜박였다. 그리고 잠시 대굴, 눈동자를 굴리다가, 얌전히 네. 하고 답하는 것이었다. 그래, 현장 투입이 잦으니 자주 왔겠지. 매뉴얼이 속으로 그리 생각하고 헛웃음을 뱉으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같이 씻자고 권하는건 처음이군요.

-너는 정말...,

 

똑, 똑, 똑... 컨티뉴가 건들이지 않아 물방울만 떨어지던 샤워기에서 따뜻한 물줄기가 터져나왔다. 선명한 공간 속 수증기 사이로 흐릿한 두개의 실루엣이 뒤섞였고, 따뜻한 샤워로 오른 체온이 조금 더 올라, 가빠진 숨이 두 사람을 흐릿하게 가려주었다. 빗소리 보다 약한 물줄기 소리는 두 사람이 만드는 소음을 숨겨주지 못하고 틈 사이사이로 물기어린 비음을 흘려댔다. 서로를 갈망하는 목소리, 둔탁하게 부딪히는 소리. 그 사이로 띄엄띄엄 누군가가 물었다.

 

-실험, 결과는.. 어땠나, 요?

-후... 보면 모르냐? ..아, 시발. 이따가, 스스로 걸어가고 싶으면, 그 따구로, 웃지마. 이 사파새꺄

 

 

 

 

/

 

 

 

1. 여기서의 매뉴컨티는 사귀는 사이가 아님. 매뉴얼이 계속 브레이크 밟으려고 했던 이유. 컨티뉴가 전부 악셀로 바꿔버렸다. 이후 매뉴얼은 컨티뉴에게 계속 감기게 된다.

2. 샤워실은 졤이랑 있었던 그곳. 현장 직원이랑은 쓴적 없다. 사실 졤컨 섞을까 했는데 그럼 컨티뉴가 너무 쓰레기되서 드랍

3. 매뉴얼은 컨티뉴에게, 컨티뉴는 매뉴얼에게 호감이 있었고, 컨티뉴가 그것을 발견, 이용하여 도발했으며, 고 사이에 비 맞아서 상태이상 된 매뉴얼이 도발에 넘어가고, 호감은 호감 이상으로 발전했으나 아직은 거기까지. 매뉴얼은 빗줄기 속에 잠겨있던 컨티뉴는 실로 제정신은 아니었다는 것을 컨티뉴의 상태와 발언을 통해 있었고, 그 상태가 아니었다면 매뉴얼을 도발하진 않았을 것도 알고 있었다. 샤워 부스에서의 권유는 대충 빗속에서의 연장선이라 판단했다. 그리고 그건 정답. 사랑이 아니지만 쌕뜨고 떴다고 사랑하거나 사귀는 건 또 아닌 두 사람. 나중에 또 뜰지는 나도 모름.

 

Posted by 「D.H」
,